이 책에는 걸으면서 사진 찍고 사색을 즐기는 에세이스트 채단아가 보여주는 산책 풍경이 담겨 있다.
산책 풍경에도 다양한 모습이 있다. 가까운 동네 풍경, ‘시인의 언덕’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풍경, 가보지 않은 곳으로 떠나는 낯선 풍경,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만나는 신기한 풍경, 카페에서 즐기는 편안한 풍경, 마음속에만 담아둔 풍경 등이 있다.
저자는 걸을 수만 있으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가능하다며 산책의 장점을 알려준다. ‘그냥 언제 어디서든 발길 닿는 대로 걷기만 하면 된다. 걷고 싶으면 걷고, 너무 힘들면 멈추면 된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다는 것이 걷기의 묘미다’라고 말한다.
“내가 말하는 걷기는 주로 아무 생각 없이 밖으로 나와 그냥 걷는 것이다. 집 앞의 개천이나 가까운 둘레길을 걷을 수도 있고, 아파트 단지나 주변 공원을 걸어도 좋다. 길만 있으면 어디든지 상관없다. 걷기는 다른 말로 하면 산책이라 할 수 있다. 산책이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을 뜻하니 말이다.”
- <산책의 즐거움> 중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쓴 영국의 소설가 찰스 디킨스도 “걸어서 행복해져라, 걸어서 건강해져라,”라면서 걷기를 예찬했다.
저자는 개천 산책이야말로 한껏 느리게 걸으면서 주변에 널린 가지각색을 통해 호기심을 실컷 채울 수 있는 걷기라고 말한다. 걷기 예찬을 쓴 작가 다비드 르 브르통은 『느리게 걷는 즐거움』에서 “산책이란 느긋한 걸음걸이로 온갖 호기심을 채우며 빈둥거리기”라고 했다.
이 책에서는 산책에서 얻은 즐거움을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입장료를 내는 공원이나 멀리 가지만 않는다면, 걷는 데는 딱히 돈이 들지 않는다. 목마를 때 마실 물 한 통만 있으면 된다.
둘째, 힘든 운동을 하지 않고 걷기만 했는데도 몸이 좋아지는 느낌이 든다. 무릎이 쑤시거나 몸이 불편하다가도, 이상하게 걸으면 괜찮아진다. ‘운동을 안 하면 걷기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누가 나무라듯이 말이다.
셋째, 집에서 나올 때만 해도 머릿속을 마구 헤집으며 골치 아프던 생각들이 걷다 보면 점차 사라진다. 희한한 일이다. 두 다리와 팔을 움직이며 주위를 둘러보다 보면 잡생각이 없어지니, 머리 아플 때는 웬만한 두통약보다 걷는 게 더 낫다.
넷째, 걸으면서 자연을 보고 느낄 수 있다. 개천에 사는 다양한 동식물을 보고 뭔가를 깨달을 때도 있다. 매년 봄에 엄마 오리를 졸졸 따라다니는 새끼 오리를 보면 정말 자연이 신비롭다는 생각이 든다.
다섯째, 혼자 걸어도 외롭지 않고, 누군가와 함께 걸어도 좋다. 친구와 얘기하며 걸으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를 정도로 즐겁다. 혹은 혼자 걷어도 좋다. 가끔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했거나 문뜩 떠오른 지인에게 전화를 걸면 뜻밖의 전화에 다들 반가워할 것이다. 이렇듯 걷기는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분들이 동네 산책이든 먼 곳으로 떠나는 여행이든지 간에 걸으면서 즐거움을 얻기를 바란다.
또한 이 책에는 글마다 내용과 어울리는 좋은 글귀가 소개되어 있다.
“무엇이라도 꿈을 꿀 수 있다면 그것을 실행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 월트 디즈니
“너의 길을 걸어라. 누가 뭐라 하든지.” - 마르크스의 「신곡」 중
“그 누구도 아닌 자기 걸음을 걸어라. 나는 독특하다는 것을 믿어라. 굳이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설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 길을 가거라. 바보 같은 사람들이 무어라 비웃든 간에.“ –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중
“진정으로 무언가를 추구하는 사람에겐 바로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젊을 때입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딱 좋은 때이죠.”
–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모지스 할머니)
<본문 중>
“잡초는 어떤 식물보다 생명력이 강하다. 본디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 가지 풀’이란 뜻으로, 누가 물이나 비료를 주지 않고 아무도 정성스럽게 가꾸지 않아도 잘 자란다. 오히려 정성스럽게 키운 온실 속의 화초보다 잘 큰다. 인위적인 손길이 없기에 맘껏 크는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잡초는 봄이면 겨울 동안 꽁꽁 언 땅을 뚫고 싹을 틔운다. 흙이 좋다 나쁘다 탓하며 주어진 환경을 원망하지 않는다. 그저 땅의 양분과 햇빛을 먹고, 언제 내릴지 모르는 비를 묵묵히 기다리며 꿋꿋이 자란다. 누가 쳐다보든 말든 남을 신경 쓰지도 않는다. 때가 되면 알아서 꽃을 피운다. 오로지 이 땅에 태어난 이상 자신의 본분을 지키며 최선을 다해 살아갈 따름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필요 없어, 너무 잘 커서 다른 작물에 방해돼, 꽃집에서 파는 꽃도 아닌데 뭐 하러 이름을 알아야 해?’라며 산과 들에 피는 모든 풀과 꽃을 잡초라고 부르며 무시한다. 결국 ‘잡초’라는 말은 사람들의 이기심에서 생긴 것이 아닐까.”
- <가끔은 잡초에게도 눈길을 주자> 중
“인생은 익숙함과 낯섦의 반복이다. 인생은 머무름과 떠남의 연속이기도 하다. 익숙해지다 보면 떠나게 되고, 낯선 곳에 머무르다 보면 익숙해진다. 이렇듯 인생과 여행은 여러모로 닮았다.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으로 인생을 여러 번 경험할 수도 있다.
또한 여행은 다른 사람의 참모습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오랫동안 알던 사람도 함께 여행을 가면 전혀 다른 모습이 엿보인다. 그러다 보니 어떤 사람하고는 여행을 통해 더 가까워지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하고는 아예 멀어지기도 한다.
여행은 일상으로 둔감해진 나를 일깨우기도 한다. 깨어나, 두 발로 걷고,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낀다! 그렇게 참다운 나를 찾아 나서는 게 여행이 아닐까? 가까운 곳이든 먼 곳이든 여행을 떠나보자!”
- <여행, 그 낯선 곳으로> 중
“나비는 처음부터 아름답지 않다. 알에서 태어나 꾸물거리는 유충과 초라한 번데기를 거치고 나서야 자신의 참모습을 찾는다. 그 시간이 없으면, 아름다운 날개를 펼칠 수도, 세상을 볼 수도 없었다. 나도 지난한 현재의 시간을 지나, 언젠가 나비처럼 껍질을 벗고 꿈을 펼치고 싶다."
- <나비와 꿈> 중
저자: 채단아
걷고, 사진 찍고, 사색하는 것을 좋아하는 에세이스트
여행을 좋아하다가 나이 들면서 걷기가 더 좋아졌다.
주로 동네 산책을 즐기고, 가끔 멀리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세상에 관한 관심과 호기심이 많으며, 혼자 있는 시간이면 산책한다.
걸으면서 얻은 깨달음으로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것을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다. 보고 느낀 것을 남기고자 사진을 찍고 글을 쓴다.